집으로 가는 길
원작: 바오 쉬의 "회상"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어젯밤에 알았다

촌장이 전화해 주셨다

믿기 힘들었다

삼합둔 이라고 불리는
우리 마을은

산속에 있었다

난 일 때문에
도시에 살았다

바빠서 몇 년간 못 왔다

아버지는 마을의 교사셨다

평생 고향에서 가르치셨다

난 외아들이고

마을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다

지금은 어머니가
가장 걱정된다

들어가서 쉬었다 가요

어서 돌아가야 해요

사장님께
고맙다고 전해줘요

- 알았어요
- 잘 가세요

어머니?

- 어머니?
- 왔구나

촌장님, 숙부님

차 보고
너 온걸 알았다

들어가시죠

안이 더 따뜻해요

너도 앉아라

전화로는
자세히 말 못했다

네가 이렇게 왔으니
자세히 말하마

학교에 관한 건데...

네 아버지가 여러 해 동안
학교를 고치자고 했는데

마을에선
능력이 없었지

최근에
다시 하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었다

자재를 사고나니
돈이 모자랐지

아버지가 급해져서
직접 나섰지

여기 저기 돈을 빌리려고
돌아다녔다

빌릴만한 곳은
어디든 다녔지

사람 안가리고
모두 빌렸어

그러던 중 집에 오다가 ...

아주 매서운
눈보라를 만나서

폭풍 속에 갇혀 있다가
병이 났지

몸 상태는 최악이었고
병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지

돌아왔을 땐
이미 병이 깊었어

그래서 병원엘 갔는데

의사가 보더니
심장병이래

그 동안 아버지를
잘 알고 지냈지만

심장병에 걸린 걸
알 수가 없었지

치료하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던 거야

노력했지만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지

아버지는 어디 계시죠?

병원 영안실에 계셔

이 모든 걸 상의하려고

너를 기다렸다

지난번 통화땐
괜찮으셨어요

폭풍이 심했어

이제 그 양반
나이엔 어려워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마을에선 너의 아버지를

차로 모셔와서

장례를 치르려 해

그게 우리 계획 인데...

그럼 그렇게 하시죠

헌데 문제가 있어

네 엄마가 반대하셔

걸어서 모셔오길 원해

그게 무슨 말씀이죠?

직접 사람들이
모셔오게 해서

예전의 걷던 길을
기억 하시라고

낡은 풍습이고 미신이지

어머니도 따르시겠대

- 그럼 그렇게 하죠
- 우리도 그러고 싶어

우리 마을 선생이었고
모두들 그를 존경하지

헌데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

밥벌이를 하고 있고

노인과 아이들만 남았어

그래서 트랙터를
쓰기로 했는데

반나절이면 될거야

그걸 어머니께
잘 말씀드려

배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를
설득해 볼게요

- 그래
- 어머니는요?

학교에 계실거야

부친이 돌아가신후
매일 거기 계셔

- 누구 말도 안듣고
- 멍하니 앉아만 계셔

- 괜찮으신가요?
- 그래

단지...

- 예전의 그 학교지요?
- 그래

제가 가볼게요

어머니

날도 추운데
집으로 가시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집에 가세요

아버지를
다신 볼 수 없어

침대로 가서
몸 좀 녹이세요

난 베를 짜야겠다

뭐 하시려구요?

- 짜야 해
- 뭘 짜시려구요?

네 아버지 수의를
만들어야 해

이 상태론 못하세요

그냥 사면 돼요

사는 건 싫어

베틀기가 너무 낡았어요

고장 난 지 오래됐어요

고치면 돼

어머닌 좀 쉬셔야 해요

직접 수의를 만들 거야

지금 가서 사올게요

사는 건 싫다고 했잖아

마을에 남은 베틀기라곤

자네 어머니 것 뿐이아

보배같이 아끼셨어

장례행렬을
원하시는 것 처럼

이미 결정하신 것 같네

장례행렬은 오랜 전통이지

산 넘고...

물 건너
길목을 지나면서

곡을 하지

그 이유는

아버지가 집에 가는 길을
기억하시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모든 사람이
울부짖지

오랜 풍습이아

어머니 뜻을 따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문제가 좀 있지

일할 사람이 없거든

젊은이는 다 떠났고

문화혁명 이후론

이 풍습은 사라졌어

어머니를
말리고 싶었지만...

그럴 방법이
없었다

오직 장례행렬만을...

염두에 두신 것 같았다

장례에 대한
어머니 뜻은 알겠어요

고맙구나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어렵다는 걸 알아

아버진 여기서
40년을 사시면서

수 많은 학생을
가르치셨어

몸도 돌보지
않으면서 말야

이 마을도
보답할 때가 됐어

촌장님도
동의는 하셨어요

이건 어떠세요?

트랙터로

모셔오는 거요

별 차이는 없잖아요

엄연히 달라

사람들이 모셔야 한다

만약 안 도와주려
한다면

아버지 모셔올
사람을 찾아보자

이제 그만 하세요

아니, 끝내야 해

피곤하실 텐데
그만 쉬세요

아버지 교실에서 자거라

난 오늘 이걸
다 짜야 해

이건 부모님의
결혼 사진이다

아버진 다른 지방
출신 이셨는데

선생님으로 오셨다

당시 부모님의
연애담은...

온 마을을

떠들썩하게 해서
모두들 알고 있다

어머니는
18세 였고

아버지는 20세였다

어머닌 아버지가 마차를 타고
오셨다고 하셨다

이분은 새로 오신
선생님이고

이름은 루오창위에요

디, 왜 그러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선생님 오셨니?

네

드디어 선생님이 왔구나

어떻게 생겼니?

젊어요

젊은데 선생이라니
똑똑한가 보구나

- 어디서 지내지?
- 마을 사무소요

잘 됐구나
식사는?

여러집 돌아가며 드세요

우리집 차례 되면
맛있게 해드려라

뭐 하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선생님 보는데
왜 새옷을 입어?

할머니는 거의
앞을 못 보셨다

어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가 너무 울어서
그렇게 되셨다고 했다

그 후...

어머니가 혼자
할머니를 돌보셨다

할머니의 소원은
좋은 사윗감을 찾는 것이었다

선은 많이 들어왔지만...

어머니는 다
거절하셨다

아버지가 왔는데도
학교는 완성되지 않았다

촌장은 일할 사람을
차출했고

당시 마을 관습은...

새 건물 천정에
빨간 천을 달았다

복이 들어오라는
의미 였다

그걸 '행운의 빨간 천'
이라고 불렀다

그건 마을에서 가장 예쁜 처녀가
만드는 거였고

당연히
어머니에게 맡겨졌다

아버지를 좋아했기
때문이었는지...

어머니는 신경을
많이 쓰셨다

당시 마을엔
우물이 두개 있었는데

옛것을
'전정'이라고 했고

새로 만든 것을
'후정'이라고 했다

후정이 가까워서, 대부분
거기서 물을 길었다

아버지가 온 후...

어머니는 전정에서
물을 길었다

학교로 가는 길목을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풍습으로

새 건물을 지을 때...

각 집에서 일꾼에게
점심을 준비했는데

모두들 열심히 했다

어머닌 정성스레 만든
당신의 음식을

아버지가 드시길 바랬다

그 당시 건물을 지을 때는

여자들은
참여할 수 없었다

미신이지만
부정을 탈까 봐 였다

학교를 지을 때도
마을 여자들은

멀리서 보기만 했다

- 오늘 뭐했어?
- 찐빵

- 디, 너는 뭐했어?
- 볶은 만두

난 연꽃 잎을 넣은
밥을 만들었어

그거보다 만두가 맛있어

남겼다가 남자친구 줘

장난하지마!

너 못 봤어?

남자들은 아무거나 먹어서
누가 뭘 만들었는지 몰라

내것도
누가 먹었는지 몰라

아마 네 남편일거야!

여기에 놓아요

디, 빨간 천
다 만들었어?

너네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이리 줘

알았어

내 수고를 덜어줬어

이거 정말 잘 만들었다

학교를 거의 다 지었어

첫 수업이 국어래

- 식사는 잘하셨대?
- 응

- 우리가 만든 것 드셨어?
- 응

- 너희랑 같이 드셨니?
- 아니

도시에서 오신
지성인이

우리랑 어떻게
같이 먹어?

그럼 어떻게 드셨어?

처음 잡은걸
선생님 드렸어

세상을 살려면...
따라 해요

세상을 살려면...

기개가 있어아 한다

다시 처음부터

글을 쓸 줄 알아야 하며

셈 할 줄도 알아야 하며

큰일 작은 일
모두를 기록하고

고금을 알고
천지를 알라

내가 어렸을때
어머니는

아버지 목소리가
아름답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글자도 모르고
학교에 관심도 없었지만

아버지 목소리 만큼은
매우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그 후
매일 학교에 가셨다

남들이 더 이상
듣지 않을 때도...

어머닌 계속 들으셨다

그렇게 40년을
들으시면서

그게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어른을 공경하라

방과 후에는...

아버지는 집이 먼 아이들을
데려다 주셨다

이걸 안 어머니는
그 길목에서 기다리셨다

빛나는 햇살 아래
새들은 노래한다

그 노래가
꽃들을 잠에서 깨운다

이봐요!

- 누구니?
- '자오디'에요

삼합둔 사람이니?

네

누나, 선생님이 관심 있대!

- 물이 필요하세요?
- 네

- 제가 할게요
- 괜찮아요

- 이리 주세요
- 제가 해도 돼요

아녜요, 제가 할게요!

선생님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해요

- 제가 할게요
- 괜찮아요

어서 주세요

너도 물 길러 왔어?

내일은 저희 집에서
식사하는 날이에요

알고 있어요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어머니 집에서
처음 식사하실때

어머니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문 기둥에
기대선 모습이

그림 같아서

평생 잊지 못하셨다고

- 선생님 오셨니?
- 네

발소리가 힘차군요

이리 와 봐요

엄마는 눈이 나쁘세요

키가 엄청 크시구나

앉아요

남자와 밥 먹은지
오래됐어요

맛있는가 봐요

먹는 소리가
듣기 좋군

여기 온지
얼마나 됐죠?

한달 됐습니다

좀 지낼 만해요?

- 네
- 다행이군요

- 도시출신 이지요?
- 네

어떻게 이곳을 골랐죠?

졸업하고 직장을 찾던 중

도시에서 모집 공고를 보고

뭔지도 모르고 지원했죠

그래서 온 겁니다

- 후회 안해요?
- 네

왜요?

여기가 맘에 들어요

결혼 했어요?

아뇨

약혼은?

아뇨

쟤가 다 할거니
쉬었다 가요

이 그릇 기억하세요?

이거요...

모르겠는데요

공사할 때 점심 드셨죠?

네

우리 디의 노력이
헛되었구나

선생님도 알다시피

학교를 지을 때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며

선생님이
잡수시길 바라며

늘 그 그릇에 담았지요

날 근처에도 못오게 하면서

이제 기억나요

정말요?

눈에 익어요
확실해요

- 그럼 들어보셨어요?
- 네

그럼 뭘 드셨는데요?

첫날은 볶은 만두였고

둘째 날은 밥과
삶은 계란 이었고

셋째 날은 버섯 만두였어요

참 맛있었겠군요

전 버섯만두를
무척 좋아해요

그럼 오늘 오후에
해드릴게요

- 그렇게 까지...
- 아니에요

방금 점심 먹고
저녁생각을 하는구나

디, 선생님을 배웅해 드려라

가 보겠습니다

그 빨간 옷이
잘 어울리는군요

내가 처음 온 날도
그걸 입었어요

만두 먹으러 꼭 오세요

만두 만들지 말거라

- 왜요?
- 후회할거야

- 뭘요?
- 아직도 모르겠니?

사람은 좋은 것 같은데

우리와 부류가 달라

만두만 먹는데
뭐가 안돼요?

모르는 척 하지 마라

난 분명히 말했다

그 사람에 대한 마음 버려

안간다니까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작별 인사하러 왔어요

- 어디로 가시는데요?
- 도시로요

- 무슨 일 이길래...
- 별일 아니에요

아까 싸우던
그 사람 때문 인가요?

누구에요?
왜 가는 거죠?

별 일 아니에요
몇가지 물어볼게 있대요

- 여기선 안돼요?
- 그런가 봐요

다시 돌아올거에요?

물론이죠!
학생을 가르쳐야죠!

언제쯤 돌아와요?

늦어도 12월에는 와요

학생들 방학 전에는
돌아 와요

- 만두 먹고 가세요
- 시간이 없어요

가기 전에
할 일이 있어요

아까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럼 그 사람도
데려 오세요

식사는 해야 하잖아요

알았어요

그럼 기다릴게요

선물이에요

빨간 옷에 어울릴 거에요

기다릴게요

무슨 일이죠? 학교는?

- 문제가 있나 봐요
- 무슨 문제요?

모르겠어요
별일 아니래요

이틀 정도 후면
돌아올 거래요

선생님이 떠나셨어

- 떠났어?
- 그래

- 지금?
- 촌장님과 함께 떠났어

어머니는 며칠을
온 종일...

몇 십리씩 뛰어다녔다

아버지가 주신
핀을 찾으려고...

그릇 고쳐요!

들어 오세요

난 못 값만 받는데

새 그릇 사는 게
더 쌀 겁니다

비용은 신경 쓰지 마세요

가보 인가요?

아뇨

누군가
사용했던 거군요?

맞아요

누가 쓰던 거죠?

우리 딸 때문에
고치는 거에요

그거 쓰던 사람이
떠났는데

그 사람을
딸이 좋아해요

물 한 방울
안 새게 고쳐서

따님을
기쁘게 해줄게요

그릇 고쳐요!

디, 뭐하니?

물 마셔요

1 곱하기 8은 8

1 곱하기9는 9

2 곱하기 2는 4

2 곱하기3은 6

2 곱하기 4는 8

2 곱하기 5는 10

2 곱하기 6은 12

2 곱하기 7은 14

2 곱하기 8은 16

2 곱하기 9는 18

잘했어요

3 곱하기3은 9

3 곱하기 4는 12

3 곱하기 5는 15

3 곱하기 6은 18

3 곱하기 7은 21

3 곱하기8은 24

3 곱하기 9는 27

아버지는 수업할 때

눈만 들면 천장에 있는

빨간 천이 보인다고
어머니에게 말씀 하셨다

그걸 보면 어머니의

빨간 옷 입은 모습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나중에 촌장님이

교실 천장을
바꾸자고 했지만

아버지는 거절하셨다

그래서 천장이
완성되지 못했다

하루는 어머니가
교실에 있는데

문이 열려 있어서
촌장님 눈에 띄었다

촌장님은
어머니의 맘을 알아챘다

촌장님이 알자

금새 마을에 알려졌다

당시엔 연애가
신기한 일이었다

자유로운 사랑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첫 장을 연 것이다

아버지가 약속한
날이 되자

어머니는 새벽부터
길목에 나갔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12월 후에는

방학이기 때문에

꼭 온다는 말씀을
기억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방학 전에
오셔야 했다

추운데 온 종일 어딜 갔었니?
몸 좀 녹이거라

몸이 펄펄 끓는구나!

선생님
마중 나간거 알아

그 사람 잘못 되서
못 온단다

그러니 마음 쓰지 마라

선생님 찾으러
도시로 갈래요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찾아!

디, 돌아와!

어머니는 도시에
가지 못했다

중간에서 정신을 잃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마을에 알려서

촌장님과 숙부께서
마차로 데려 오셨다

그날 촌장님이 어머니 손이
얼음장 같아서

담요로 따뜻하게
덮어줬지만

따뜻해지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별거 아닙니다

따뜻하게
며칠 쉬면 됩니다

촌장, 선생님은
언제나 오시나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쯤은
왔어야 하는데

누가 선생님께
연락 좀 해요

선생님이 안 오면

내 딸은 어떡해요?

봄이 왔다

눈이 녹는다

푸른 잎이 돋는다

농부들이 씨를 뿌린다

소는 밭을 간다

기러기가 되돌아 온다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

디, 정신이 들어?

이틀동안 잠들었었어

선생님
오신거 모르지?

어제 오셨어

오자마자
우리집에 와서

여기 계속 있다 가셨어

디, 좋지?

널 위해 돌아온 거야

만물이 생동하고

우리 맘도 이와 같다

새 희망에 가득 찬다

새 희망으로 가득

봄이 왔다

눈이 녹는다

푸른잎이 돋는다

농부들이 씨를 뿌린다

소는 밭을 간다

기러기가 되돌아 온다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

제비들이 지저귄다

봄은 씨 뿌리는 계절이다

만물이 생장한다

만물이 생기가 넘친다

선생님!

디가 선생님 보러 왔어요

선생님!

디가 왔어요!

그날 저녁 아버지는
다시 도시로 가셨다

어머니 소식을 듣고
몰래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참지 못하고
다시 도망쳐 왔다

이러한 방법으로

부모님은 그 후 2년 동안
떨어져 지내셨다

누군가 말하길...

두 분이 다시
만나던 그날...

어머니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빨간 옷을 입고...

길목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 날 이후, 아버지는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것이 두 분에 관한
사랑 이야기다

모두 이 길과
관련이 있다

이 길은 마을과
도시를 연결한다

아마 어머니가
고집을 부리시는 이유는

당신이 기다렸던
이 길에서...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걷고 싶기 때문 일거다

촌장님?

- 누구세요?
- 접니다

- 무슨 일이야?
- 저기요...

추우니까
들어와서 얘기해

무슨 일이지?

어머니 마음을 알았어요

- 어머니 뜻을 따르겠어요
- 너까지?

하지만 그건
아직도 문제가 있어

일손이 딸려서요?

그럼 옆 마을에서
일손을 사죠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돈을 줘야해

필요한 인원 수만
말해주세요

원래는
10명이면 충분한데...

워낙 먼 길이라

16명 정도씩

두 개조로 해서
32명이 필요해

걸상들 사람도 있어야

사람들이
중간에 쉴 수가 있어

그래서 총 36명이 필요해

그럼 일인당 얼마죠?

한 사람당
백원씩 주면 되고

36명 이니까...

그럼 총 얼마죠?

3600원에다가

담배도 줘야 하고

날씨가 추우니까
술도 사야 하고

무슨 일 생길 때
쓸 돈도 필요해

그러니까 4천원
정도는 있어야지

여기 5천원 받으세요
충분하죠?

이거면 충분하고 말고

사모님
가서 선생님 보세요

울지는 마시구요

눈물이 선생님께
떨어지면 안좋아요

선생님
이제 마을로 돌아가요

100명이 넘게
장례식에 참여했다

촌장님은 아버지의
학생들이라고 했다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모인 것이다

대부분이 외지에서 왔다

도시에서 차로 오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그 먼
광주에서 왔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폭설에 갇혀
늦게 오기도 했다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고

나보다 나이든
사람도 많았다

언제적
학생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불러야
할지도 몰랐다

어쨌든 모두가
아버지 제자들이란다

돈 도로 가져가게

왜요? 안 주셨어요?

전부 안받겠대
고용한 사람까지도

그러니 다시 가져가게

어머니 뜻에 따라...

아버지는
전정 옆에 묻히셨다

이제 수도가 들어와서
우물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도 물을 긷지 않는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여기서
학교를 보실거라 했다

어머니도 그 옆에
묻히시겠단다

장례가 끝나고
촌장님이 오셔서

학교 고치는
얘기를 꺼냈다

시에서 자금을 지원했고

집집마다 학교를 위해
기부도 했고

모두들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네 돈도 주거라

이건 수십년간
모은 돈이에요

모두 학교 짓는데
써 주세요

받을 수 없어요

남편이 떠났으니
받아주세요

그럼 일단 가져 갈게요

당신 모자가 제일이군요

난 내일 떠난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학교에 가자고 하셨다

어머니는
다음에 내가 올 때는...

이 학교는
없을 거라고 하셨다

아버지도 이 건물을
같이 지은 후

수 십년간
가르치시면서

집처럼 지내셨어

여보, 들었어요?

촌장님이
학교를 다시 짓겠대요

아주 튼튼하고...

훌륭한 학교로요

당신의 뜻을 따르기 위해

내년 봄에 시작한대요

그러니 안심해요

새 학교가 완성되면

내가 직접
빨간 천을 걸게요

이젠 편히 쉬세요

아버지는
진실한 분이었고

네가 선생님이
되길 원하셨다

당신의 뜻을 따라

네가 사범학교에 갔지만

한번도
가르친 적이 없었지

네가 하루라도
가르친다면

아버지가
정말 기뻐하실텐데

그리고 네 생활로
돌아가면 돼

지금 학교엔
선생님이 없어

아이들 책 읽는
소리도 사라졌어

곧 새로운
선생님이 올거래요

새 선생님이 와도...

네 아버지만한
목소리는 아닐거다

40년 동안을 들어도
물리지 않지

아직도 들리는구나

제가 깊이
생각했는데요

저랑 같이
도시로 가세요

싫다

아버지 곁에
있을 거다

그럼 제가
어떻게 안심이 돼요?

내 걱정은 말아라

나 하나는
돌볼 수 있어

하는 일은 다 잘되지?

네, 걱정 마세요

애인 있니?

때가 되면
말씀 드릴게요

너도 이젠
적은 나이가 아니야

너무 따지지 말고

엄마 말 들어

적당한 처자를 만나면

엄마에게 보여줘

아버지가 안계셔

항상 너를
걱정하셨는데

자식은
때가 되면 떠나고

계속 같이
살 수가 없지

부모는

자식을 보내긴 하지만

계속 걱정을 한단다

아버지도 항상...

네 걱정만 하셨어

그만 우세요

우리만 남겨두고
떠나버리다니...

진정하세요

밖에서 일 잘해서
성공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배워야 한다

모든 일은 기록해야 한다

고금을 알고 천지를 알자

1년에는 4계절이 있다

방위는 동, 서, 남, 북

모든 일에는 뜻이 있다

그날 아침, 난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하루만 강의를
하겠다고 했다

촌장님이 이유를 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서라고 했다

아버지가
평생을 서 계시던

그 자리에 내가 섰다

아버지는 분명히
이 소리를 들으실 거다

내가 읽은것은 아버지가
첫날 읽으신거다

그건 교과서가 아니라